클래식 음악에 전혀 관심이 없더라도 ‘모차르트’의 곡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음악의 신동’이라 불렸던 오스트리아의 음악가인 모차르트는 교향곡, 오페라, 성악곡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 약 600여 곡을 작곡했다. 특히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d 장조 k.448’은 편안한 멜로디로 태교, 자장가 등에 널리 사용되는데, 이 뿐만 아니라 약물에 내성이 있는 뇌전증 환자의 발작까지 예방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모차르트 음악과 뇌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왔다. 1990년 대 초, 모차르트 소나타를 들으면 공간 추론 능력 향상한다고 발표한 연구를 시작으로 의학계에 처음 등장했다. ‘모차르트 효과’라고 불리는 이 결과는 특히 뇌전증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흥미로운 주제이기도 하다. 뇌전증은 간질이라고도 불리며, 뇌에서 비정상적으로 발생한 전기파가 뇌조직을 타고 퍼져 나가는 과정에서 경련성 발작을 일으키는 질환을 말한다. 미국 뉴햄프셔 해노버에 있는 가이젤 의과대학(geisel school of medicine)의 연구원들은 약물에 내성이 있는 간질환자 16명에게 모차르트 곡을 포함한 15초, 또는 90초 분량의 음악을 들려주며 뇌파를 측정했다. 그 결과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d 장조 k.448’을 들었을 때, 듣지 않았을 때보다 뇌전증과 관련한 전기 활동의 수가 평균 66.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구팀은 “감정적인 반응을 조절하는 뇌의 좌측과 우측 전두골 피질에 나타난 감소가 두드러진다”라고 설명한다. 또한,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k.448의 음악적 특징을 반영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려주고 선택하게 함으로써 ‘모차르트 효과’를 재현해보았다. 그러나 오직 40-hz 감마톤과 k.448 음악만이 발작간 간질양파(interictal epileptiform discharges; ied)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었다. 그렇다면 모차르트의 어떤 음악적 특성이 뇌에 변화를 일으키는 걸까? 연구팀은 k.448의 음악적 구조와 청취 알고리즘을 이용한 뇌의 전기적 반응을 분석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그 결과, k.448이 다른 음악에 비해 비교적 일정하고 반복적인 16분음표 리듬으로 구성되어 있어, 사람이 소통할 때 동일한 뇌 영역에서 비슷한 패턴의 뇌 활성이 일어나는 ‘신경 동조화’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악을 들으면 뇌의 신경세포가 리듬에 동조하는데, 일정하고 반복적인 리듬은 평온한 상태인 사람의 호흡과 일치해 즉각적으로 진정되는 효과가 있다. 이 연구 결과는 해외 저명 학술지인 네이처(nature)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실렸으며, study finds 등의 외신에서 보도했다.